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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민 참여가 핵심입니다202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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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수요자인 주민들의 체감도가 낮다면 소용없는 법. 제주자치경찰단은 제주시소통협력센터와 함께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로 안전한 우리동네 만들기’에 나섰다. 박태언 경감은 사업 성공의 시작이자 끝은 주민 참여라고 거듭 강조했다. 

 

범죄예방환경설계(CPTED)란?
셉테드는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줄임말로, 건축과 도시공간에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디자인을 통해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조금은 낯선 단어인 데 반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개념이다. 일례로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는 가로등이나 CCTV 등을 설치하고, 벽화를 그리는 등 쾌적하고 밝은 환경을 조성해 범죄 발생 기회를 억제하고, 주민들의 불안감을 감소시킨다. 제주자치경찰단은 이러한 개념을 기반으로 실제 거주하는 동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도심지 범죄 취약지구에 치안서비스를 확대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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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도내에서의 셉테드는 어떻게 실행되고 있나요? 주민 참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만큼 그에 대한 현황 분석부터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경찰청 주도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서울과 부산에선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셉테드가 실시된 바 있습니다. 제주도 그리 늦진 않았어요. 2014년부터 ‘범죄예방을 위한 도시환경디자인 조례’에 근거해 매년 하나의 마을을 대상으로 셉테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삼도이동 무근성 일대를 시작으로 올해 이도일동 삼성혈 일대까지 범죄취약지를 개선해 오고 있는데요. 이는 도 건축경관과 5년 계획으로 시행됐던 터라 즉시 개선이 필요한 지역에서는 효과성에 관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를 인식한 제주자치경찰단에서 올해 별도로 3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사업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제주자치경찰단에서 먼저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 손을 내민 것으로 아는데요. 어떤 이유인가요? 

기존에 하던 방식의 허점을 고민했던 결과인데요. 경찰청의 자료에 기반해 5대 범죄의 발생 건수가 많은 지역 순으로 등급을 매기면 보통 5등급을 대상으로만 사업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5등급 지역주민이 더 불안하고, 3등급 지역주민이 덜 불안한 게 아니잖아요. 사업비의 반은 기존 방식대로 5등급 대상지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나머지 절반의 예산은 그 지역을 제일 잘 아는 주민들의 개선사항을 수렴해 실행하는 것이 효과적일 거라 여겼습니다. 사업 공모 후 신청을 받았고, 주민과의 소통 부분에서 원활한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형식적인 주민설명회 정도로만 끝내고 싶지 않았거든요.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사람과 사회를 잇는 플랫폼’이란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비전이 우리의 사업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 셉테드 관련 사업과 비교해 이번 사업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보통 셉테드를 실행할 때 기본 원리에 충실합니다. 가로등이나 CCTV를 설치하면 자연적 감시는 돼요. 범행을 저지르려는 심리를 주춤하게 만들어서, 실천 계획의 두 번째 단계인 접근 통제는 가능하죠. 그런데 딱 거기까지예요. 주민이 참여하면 달라집니다. 가령 설계 단계에서부터 ‘우리 동네에 어르신이 많은데, 야간에 담소를 나눌 만한 안심 공간을 만들어 주세요’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조도를 높이는 LED 조명 벽화로 꾸민 정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르신이 밤마다 이곳에 머물면서 자연적 감시와 범인의 접근 통제가 자연스레 되지요.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란 인식까지 생기면서 유지 관리로도 손쉽게 이어집니다. 


주민에게 공적인 공간이라 무관심했던 곳이 관심의 사정권 안에 들어오는 것이군요? 

 셉테드의 실천 계획 중 ‘영역성 강화’라는 게 있어요. 쉽게 말해 공적, 사적, 반(半)사적 공간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개념이에요. 아파트는 사적 개념이 강하다 보니 관리가 잘 되는 반면, 도로는 공적 공간으로 받아들여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두 개념이 절충된 반사적 공간이 정자 같은 곳이에요. 우리 모두가 쓰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생기죠. 주민 스스로 모르는 사람이 지나가면 한 번 더 관심을 두고, 기물이 파손되면 행정 측에 전화해 이를 알리면서 원활한 관리까지 이뤄집니다. 그렇게 보면 셉테드의 5가지 실천 계획 중 3가지는 주민 참여가 없으면 소용없는 셈이에요. 관리가 안 되면 흉물에 지나지 않죠. 한 마디로 반쪽짜리 사업이 되는 거죠. 


셉테드1

 

셉테드2

주민과 자치경찰단, 건축 및 공공디자인 전문가가 모여 주민분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워크숍을 3차례 진행했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와 함께 주민 워크숍을 진행한 만큼 남다른 소회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삼도이동과 아라동을 대상 지역으로 삼고, 각각 세 차례에 걸쳐 주민 참여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처음엔 여러 번 자리를 마련하는 만큼 생계에 바쁜 분들께 부담이 아닐까 하는 우려했습니다. 다행히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덕분에 각 동별로 건축 및 도시재생 관련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매칭해서 매회 워크숍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 현장을 나가보니 예상과 다른 점도 있었는데요. ‘양측 빌라의 불빛이 밝아 개선해달라’는 주민 의견이 있었는데, 현장 주민과의 추가 인터뷰를 통해 빌라 거주자들이 어르신이 많아 일찍 불이 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주민은 이용하지만 미처 파악하지 못한 어두운 지름길까지 알게 되면서, 시간대에 따라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주민참여형 셉테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직접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들의 참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만큼 남다른 고민도 하셨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해진 예산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고민이었습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가급적 수렴하고 싶지만, 하나하나 대응하는 식이라면 결국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가령 세 군데의 설치를 요구하면, 좀 더 불안하고 개선이 시급한 두 군데에 좀 더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주민과의 간담회에서 결과보고를 충분히 설명하면 주민들도 이해해 줄 거라 예상됩니다. 


현재 사업은 어떤 단계에 있나요? 향후 계획도 알려주세요. 

주민 의견을 토대로 한 야간 현장 시찰은 마쳤고, 설계 그림도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이게 완성되면 공사 업체와 계약하기 전에 다시 한번 주민들과 설치 작업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추가 의견이 있을 시 조종, 수렴하여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설치를 완료할 계획입니다. 완공된 이후에도 주민들을 찾아뵙고 평가를 듣기 위한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고요. 


도심지 중심으로 이뤄진 이번 사업을 외곽으로 확장하고 싶다는 의견을 주셨는데요. 이와 함께 좀 더 개선하고 싶은 점이 있는지요? 

사업 공모를 할 때, 신청 방법을 모르거나 사업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년엔 적극적으로 읍면 지역에도 홍보해 균등하게 이 사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최근 도입되고 있는 4차원 기술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싶은데요. 벽화만 해도 빛에 바래지는 페인트로 하기보다 LED 조명 벽화로 하는 등 새로운 방식이 있을 거예요. 제주 현지 사정에 맞는 방식을 구현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현재 제주자치경찰단이 하는 취약계층 방범 시설과 셉테드 사업이 같은 지역에서 실시되면 효과가 배로 될 거란 예상이에요. 셉테드는 공적 공간에 대한 환경 개선인데, 취약계층에 대한 방범시설은 사적인 부분에 관한 지원이거든요. 이게 동시에 이뤄져야 그 지역의 범죄율이 확연히 떨어집니다. 아무리 환경디자인을 개선해 노상범죄가 줄어도, 침입범죄가 일어나면 그 지역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으니까요. 이를 위해 현재 제주경찰청과 수집된 통계자료를 범죄별로 좀 더 세부적으로 구분해 분석할 것을 협의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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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범죄예방시설 설치’ 사업에 참여한 교통생활안전과 강동현 경장(좌)과 박태언 경감(우)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이 사업에 기대하는 바를 말씀 부탁드립니다.

궁극적으로 이 사업은 주민의 단순 참여가 아닌 대상지 선정부터 설치, 활용 및 유지 관리 방안에 이르기까지 주민이 이끄는 주민주도형 셉테드 사업으로 발전해야 할 겁니다. 제주 지역 전역의 주민이 이 사업을 인지해 참여하고, 이를 독려하는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역할에도 기대하는 바입니다. 진정한 제주의 안전은 바로 이곳에 사는 우리 주민에 의해 가능한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