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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슈]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제주생활공론> 캠페인 상점2021.08.25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제주생활공론> 캠페인 상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만능 상점이 열렸다. 주민 스스로 만들고, 누구나 참여하고, 세상을 바꾸는 한 걸음 캠페인의 기록 모음집. 아이템 값은 무료, 그 가치는 무한대다

제주생활공론 2021 컬렉션

일상의 불편을 공론화하고 함께 해결책을 강구해나가는 제주생활공론. 올해 추려진 6개의 캠페인은 좀 더 피부에 와 닿을 만큼 현실적이고 공감을 얻은 제주 지킴이의 모습을 보였다. 팀별 아이템을 통해 캠페인의 앞과 뒤, 옆 구석구석을 관찰해보는 시간. 실제로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은 잠시 접어도 좋다. 곧 오픈할 소통협력공간에서 아카이브 형태로 반길 예정이니까. 


그들은 왜 <제주생활공론>에 참여했을까? 각 팀의 뿌리를 찾아서  

jejusotong.kr/communication/blog_view.html?idx=6165


노메니티ㅣ깨끗한 제주를 위해 준비한 여행자가 되어주세요 


오늘 여행하느라 참 수고했다. 샤워 좀 해볼까. 일회용 어메니티에서 짜낸 바디 워시로 거품 목욕을 했다. 체크 아웃 하려고 나가는데 마음에 뭔가 걸린다. 쓰다 남은 저 일회용품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나만 남기는 것도 아닐 텐데. 환경적으로 필요보다 불필요에 가까운 어메니티를 주시했던 ‘노메니티’. 어메니티가 숙소에 한 번 비치되면, 투숙객의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폐기 처분되는 현실을 보았다. 각자 소소하게 준비한다면 나오지 않을 쓰레기였다. ‘노메니티’는 여행자 스스로 숙박업소에 어메니티를 배치하지 말아 달라고 거부 의사를 표하는 행동을 독려했다. 이 바다를 머금은 메시지 카드와 러기지 택은 여행자의 발걸음이 잦은 게스트하우스나 책방, 서핑 숍 등에 배치되었다. 당신은 누구라고요? “나는 준비한 여행자!”  


이프ㅣ택배 상자를 정확히 배출하자   

띵동! 택배가 왔어요. 즐거운 마음으로 받았다. 분리수거는 제법 할 줄 안다. 택배 상자를 고이 접어서 종이 배출 요일에 맞춰 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테이프를 제거했습니까? 정말 종이만 남은 게 맞나요? ‘이프’는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종이류에 초점을 맞췄다. 그중에서도 피할 길 없는 숙명 같은 택배 상자다. 택배 상자가 제대로 재활용되려면 불청객을 완벽히 제거해야 하는 법. 운송장은 물론 테이프, 간혹 바코드가 찍힌 미니 스티커까지다. 이를 위한 캠페인 장소는 제주도 내 10곳의 무인 택배함. 칸마다 택배 상자를 버릴 때의 올바른 자세를 기록한 비대면 메시지 마그넷이 붙었다. 하나부터라도 제대로 버리는 게 첫걸음이다. 그다음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을 품을 테니.  

 

쓰줍은쓰줍은 장갑 재사용 세탁 가방을 건네주세요  


크다. 가로와 세로 모두 1m가 넘는 점보 사이즈다. 심지어 멜 수 있는 배낭 형태인데, 포댓자루에 가깝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니, 움직이는 친환경 천사. 환경을 생각하다가 놓친, 사소한 결함을 간파한 캠페인 물이다. 바로 버려지는 장갑을 수거하고 다시 쓰는 용도다. 요즘 제주는 개인이나 단체 단위로 해양 쓰레기 정화 작업에 한창이다. 취지도, 활동도 격려한다. 그런데 이때 사용하는 장갑을 생각해보자. 한 번 쓰면 버리기 일쑤다. 코로나19로 인해 재사용이 더더욱 꺼려지는 요즘이다. 결국 쓰레기를 줍는데, 또 다른 쓰레기를 만드는 격. ‘쓰줍은’의 대형 배낭은 진정한 환경정화 활동을 위해 태어났다. 가방을 통해 장갑을 세탁해 다시 쓰는 꿀팁을 익혀 실천하고, 해양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 일어나는 장소를 지도로 선보여 동참하도록 했다. 환경을 위한 나의 행동이 과연 적절했는지, 한 번쯤 짚고 넘어가게 한 캠페인이다. 


또롱닭그린마스크로 가려진 표정, 눈빛은 또 다른 대화  


누군가와 지나쳤다. 인사를 꾸벅한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머, 옆집에 사는 이웃이었다. 안부 인사를 하는데, 대충 알아듣고 넘겨 버렸다. 지금은 눈으로 사람을 인지해야 하는 코로나19 시대. 얼굴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마스크에 좀 더 친절한 모습은 없을까? ‘또롱닭그린’은 마스크 착용 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의사소통 방법을 전달하고자 했다. 마스크 위에 새겨진 ‘좀 더 크고 천천히 말해주세요’, ‘마스크로 가려진 표정, 눈빛은 또 다른 대화’, ‘잘 듣지 못했을 때는 되물어주세요’의 메시지를 통해서다. 이 중 하나의 메시지는 주민들이 자주 들리는 약국과 카페에서 장소적 특성을 살려 캠페인을 진행했다. 약국에서는 약 봉투에, 카페에서는 컵 홀더에 문구를 새겼다. 팬데믹 시대에 이토록 살가운 언어 표현법이라니. 반갑고, 고맙다. 


늘짝 늘짝제주에 부는 보행 안전바람, 부채 만들기 체험  


일상적으로 거리를 걸을 때 우리에겐 ‘보행권’이 있다. 어느 길에서든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받는 권리를 이른다. 이 보행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 바로 제한된 안전속도. 한편, 제주는 보행자 보호 위반 사고 건수가 전국의 4배에 이르는 불명예를 안고 있었다. ‘늘짝 늘짝’은 주민의 보행권을 지키는 캠페인을, 공원으로 오가는 길 내 어린이보호구역에 집중해 진행했다. 이곳의 도로 안전속도는 30km/h다. 대상은 자녀를 가진 부모님이었다. 캠페인의 취지를 알리는 부채 키트를 제작했다. 키트 내엔 제주의 보행 안전 현실과 안전 속도 준수 시의 이점을 알리는 메시지와 더불어 자녀들이 흥미를 일으킬만한 놀이가 담겼다. 부채 뒷면에 직접 펜으로 그리거나 스티커를 붙여 나만의 부채를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 것. 보행 안전의 바람이여, 부채만큼이나 시원하게 불길. 


The Park자유롭고 여유로운 공원의 문화를 흰 다리 의자가 만들어갑니다  


공원 내 접이식 의자가 보인다. 한쪽 다리에만 하얗게 칠해져 있다. 이게 뭐지? 이리저리 살펴보게 한다. 궁금증이 생겨 읽어본 의자에 걸린 메시지. 아, 이 의자로 공원을 맘대로 이용해보란다. 뙤약볕 아래 있던 의자를 끌어다가 나무 그늘에서 책을 읽었다. 강가 앞에 의자를 펴서 명상이란 걸 해보았다. 좋다. 자주 오던 공원인데도, 다른 체감이었다. 공원 시설은 일반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벤치 역시 언제나 그 자리다. ‘The Park’의 이동식 의자는 주민 스스로 자신의 활용도에 맞게 공원을 누리는 자격을 주었다. 의자에서 쉬거나 놀거나 그야말로 내 맘대로! 이는 캠페인이자 또 하나의 실험이기도 했다. 과연 주민들은 이 의자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정된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노렸다. 주민의 자유 의지를 힘껏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