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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리의 정원은 늘 푸르리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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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협력센터에서는 ‘모두의 정원학교’에서 양성한 시민정원사들과 ‘모두의 정원’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중심을 잡고 있는 황아미 대표. 여름 볕처럼 뜨거운 열정이 가득한 그녀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모두의 정원 
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협력센터 6층에 자리한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옥상정원. 
정원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여 소통하는 커뮤니티 정원. ‘모두의 정원학교’에서 가드닝 교육을 받은 시민정원사들은 토양 개량부터 식재, 관리를 하며 정원을 가꾸고 있다. 모두의 정원을 거점으로, 원도심 안에서 다양한 정원 활동을 하며 옥상 정원을 활성화시키고 지속적인 커뮤니티 정원을 만들어 가고 있다.

 


Q. 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협력센터와 인연을 맺게 된 ‘모두의 정원학교’, 어떻게 함께 하시게 되셨나요?

시민들을 모아서 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어떻게 보면 주민이 참여하는 일이랑 정원이랑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보니 저에게 의뢰가 들어온 것 같아요. 2, 3년을 계속 할 수 있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 장담하지 못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하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됐죠. 어쨌든 제가 으쌰으쌰 했지만 시민정원사들이 ‘다 여기 내가 만든 거야’라고 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Q. ‘모두의 정원학교’ 시민정원사들과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소통협력센터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연결해줬어요. 최근에는 ‘제주 책방·사랑방 모두의 정원 만들기’를 했어요. 고씨 주택 안에 잔디밭과 정원이 다 죽어있는데, 다 같이 가서 현장도 보고 시민정원사들과 함께 정원을 만들었어요. ‘모두의 정원학교’ 하신 분들 중에 눈에 띈다고 해야 되나, 하여튼 되게 꾸준히 하는 사람 있잖아요. 함께 하실 생각이 있냐 그랬더니 흔쾌히 하겠다고 하셔가지고 그래서 그 사람들이 남은 거죠. 다시 관리하는 주체로 나온 거예요. 스누피가든에서 한 달에 다섯 번 이상씩 일을 하면서 관리하고, 이제 다들 어떻게 보면 선수 같은 느낌. 봉사할 공간이 있고,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서 정원 일을 계속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들과 그 다음은 뭘 해야 될 건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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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협력센터 6층 모두의 정원과 고씨주택 정원

 

 

Q. 시민정원사 분들과 팀을 꾸리신거네요.

오늘도 팀원들이 ‘대표니까 가서 영업을 뛰어라’, ‘돈을 벌어 와라’, ‘우리는 아직 배가 고프니까 일을 찾아와라’고 하더라고요. 대표 아닌 대표가 된 거죠. 이렇게 일을 시작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아미인력’이라고 치면 저희가 일하는 모습들이 나와요. 


Q. 이 분들과 어떤 일을 하시고 싶나요?

비영리 조직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원도심 안에 옥상정원 사업을 했던 곳이 많아요. 돌아다니다 보면 옥상에 나무가 있으면 옥상정원 예산이 들어간 곳이에요. 100개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문 닫은 곳이 거의 100개인 거죠. 만드는 건 쉬울 수도 있어요. 그런데 유지하는 게 어렵거든요. 사실 관리를 하지 않으면 폐허가 되거든요. 그래서 정원사 조직을 만들어서 사업비를 받고, 관공서부터 해서 하나씩 활성화시키고, 만들어 가고 싶어요. 도심에 이런 공간들이 없는 편이잖아요. 그냥 옥상에 올라와서 차 한 잔 마시거나 잠깐 쉬거나 그게 필요하지 않나 제 흑심의 일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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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의 정원학교’는 끝이 났지만 팀원들과 함께 모두의 정원을 계속 관리하고 있다

Q. 정원이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하나의 커뮤니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사람한테 관심이 많거든요. 정원을 정말 잘하는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지? 이런 게 궁금해요. 베케 김봉찬 대표님을 봤을 때 조경학과 출신도 아닌데 어떻게 조경하는 사람보다 더 잘 만들지? 그게 너무 궁금해서 정원 모임도 그냥 사람 구경하러 갔어요. 저 사람은 뭐가 저렇게 궁금해서 여기 오지? 여기 와서 무엇을 배우고 가지? 그래서 그 사람이 하는 모임을 빠지지 않고 돈을 내고서라도 들어야 되겠다. 지금 한 8년째 듣고 있어요. 정원이라는 관심사가 있고, 이 공통점을 중심으로 사람이 모이는 게 아닌가 싶어요. 


Q. 베케 김봉찬 대표님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신 듯해요.

마을 계획 사업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생각이 들어요. 그때는 직접 땅을 파서 나무를 심거나 꽃을 심는 일을 한 것보다는 보고서나 계획서를 만드는 일을 했잖아요, 그래서 감이 별로 없었는데 마을 계획 일을 한 6~7년 하고 나서, 제가 김봉찬 대표님 밑에 가서 일을 했거든요. 그리고 나서 좀 안 것 같아요. 내 말과 내 그림에 대해서 식물로 표현을 하라고 하면 직접 할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대표님한테 배운 건 말이고 그림이고 다 소용없고, 식물을 가지고 공간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그래 괜찮네’ 소리를 들어야 되지 않나 그런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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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정원의 롤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향해 오늘도 제 길을 걷는다.

Q. 제주에 오신지 10여 년이 되셨는데요. 제주 생활은 만족하시나요?

아주 만족해요. 이만한 곳이 없다 생각합니다. 진짜 물론 지리산이나 이런 데도 가서 살아보고 싶긴 한데 여기가 최고이지 않을까 그리고 한라산이 정말 최고긴 해요. 외국에 좋은 정원을 나가봐도 한라산이 다 있는 거네. 자연이 만든 거대한 정원이 롤모델처럼 있으니까요. 유럽 같은 데 정원을 잘해놓은 곳을 가도 되게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주에 있으면서 지금 이 일을 하는 게 나한테 되게 의미가 있다. 그런 생각을 해요. 


Q. 정원사를 꿈꾸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저도 사실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됐고 그러니까 그냥 포기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공부를 하고 , 답사를 하고 이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시간들이 쌓이고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시간들을 이 관련된 일을 하면서 쌓아가고 있으면 결국 끝까지 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식물은 생물이니까 크거든요. 그러니까 뭔가 아이를 키운 적도 없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이 되는 거죠. 얘가 크면서 변하잖아요. 그러면 얘가 10년 뒤에는 어떻게 돼 있을지 내가 10년을 키워봐야만 알 수 있는 사람인 거죠. 그러니까 시간을 들인 만큼 이 일은 잘할 수밖에 없어요.

 

정다현 / 사진 한용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