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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카페 시즌2] 사회적 오지라퍼 잇는사람들편_라승주2021.10.12

‘톡톡카페’란? 

제주시소통협력센터가 기획하고 제주MBC와 협력해 TV방송으로 편성한 토크 프로그램.움직이는 트레일러 카페를 가지고 마을 곳곳을 다니며 주민들의 살아 있는 이야기를 나눴던'찾아가는 톡톡카페'의 시즌방송이 돌아왔습니다!어떠한 대가없이 더 나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 오지랖을 부리는'사회적 오지라퍼'를 만나는 시간.그곳이 어디든 톡톡카페가 만나러갑니다.세상에 단 하나 뿐인 맞춤형 음료와 가슴 따뜻해지는 재밌는 이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촬영한 현장 인터뷰와 비하인드 스토리가 단행본으로 출판될 예정입니다.

 

선주민과 이주민을 잇는 사회적 오지라퍼

뜨개공방 라승주 사장

제주의 아름다움을 모티브로 실로 예술 작품을 엮어내는 뜨개공방 라승주 사장을 만났다. 뜨개라는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다양한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듯, 뜨개공방을 선주민과 이주민을 잇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선주민 #이주민 #제주N년차 #뜨개

제주도에 스며들다

 뜨개공방을 운영하는 라승주 사장은 처음부터 제주도 이주를 생각하지 않았다.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선뜻 이주할 결심을 세우지 못하다, 20일가량 여행 온 제주에서 생각보다 좋은 환경에 이주를 결심했다. 제주도라는 로망에 단독주택을 고집하고 힘들게 집을 구해 이사했지만, 창고를 집으로 개조한 곳이라 사람이 살기엔 어려운 곳이었다. 집이 마을의 초입에 있다 보니 여러 사람이 오며 가며 수시로 불쑥 들어와서 “년세 얼마 줬어?”라고 묻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을 어른들이 이렇게 허술한 집에 얼마를 주고 들어왔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물어보셨던 것 같지만, 집에 적응이 어려워 날 서 있던 그때만 해도 그런 상황들이 불쾌하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피폐한 상태였던 어느 날, 외출하고 돌아오니 현관 입구에 농작물이 담긴 비닐봉지가 걸려있었다. 누가 줬는지도 모르는 비닐봉지를 보는 순간 “너네, 이 동네 와서 좋아.”라는 환영을 받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선물에 그는 크게 위안을 받았다. 가족들이 적극적인 성격은 아닌 탓에 제주도 삼춘들과 나서서 어울리는 일은 없었지만, 자연스럽게 동네의 일원이 되어갔다.


“동네를 다니다 보면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자주 보고 예뻐해 주시거나, 옆집에 사는 할머니를 알아가거나, 그렇게 자연스럽게 동네에 스며들었던 것 같아요.”


선주민과 이주민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니, 친한 학부모가 생겨 함께 모여 뜨개를 하고, 여러 이주민, 선주민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도서관에서 뜨게 수업을 요청받아 강의까지 이어지며 그의 취미가 일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과 뜨개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선입견이 생겨버렸다. 공방이 있던 곳이 문화마을로 지정되었다는 소식에 도움을 주고 싶어도 ‘이주민인 내가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선주민이 불편해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선뜻 행동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제주시소통협력센터에서 생활 속 불편함, 문제가 있는 것을 알려달라는 것을 보고 마을에 도움을 주고 싶은데 이주민이라 주저된다고 이야기했고, 제주생활공론에 선정되어 캠페인까지 진행했다.



 

“제가 이주민이라 못한다 생각하는 것부터가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문을 두드렸죠.” 

어우렁다우렁 

제주생활공론 어우렁다우렁 팀 내에서는 선주민과 이주민 단어의 사용부터 얘기가 나왔다. 육지에서는 각 지방의 사람이 모여도 이주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데, 유독 제주에서는 이주민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인사에 붙어있었다. 오히려 선주민들은 이주민들의 그런 인사가 불편하다고도 했다. 우리 모두 제주에 짧게 살았느냐, 오래 살았느냐의 차이뿐이라는 것에서 시작했다. 의식변화라는 추상적인 주제로 캠페인의 진행이 쉽진 않았지만, 그렇게 방향성을 정해나갔다. 


“이주민과 선주민을 구분 짓는 인사가 아닌, 소통을 위한 ‘우리 모두 제주N년차 제주도민입니다.’라는 인사, 거기서부터 시작했죠.”

캠페인은 마트에서 장바구니를 나눠주고, 선주민, 이주민이 서로에게 남기는 응원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비가 와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참여한 사람들 모두가 이런 생각이 있었냐며 놀라기도 했다. ‘이주민들 좋은 환경에서 살면서 걱정할 게 뭐 있어’ 하고 생각했던 선주민도, ‘선주민이 힘들게 뭐가 있겠어’ 하고 생각했던 이주민도 서로의 입장을 알 수 있던 계기였다. 


실로 잇는 세상 

 경제적으로 도움 되지 않는 일임에도 계속해서 활동하는 이유를 묻자 걱정이 많은 성격 때문이라며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는 앞으로 사회적기업 같은 형태로 제주도의 할머니들과 협업하는 공간도 꿈꾼다. 공방에 찾아오는 젊은 이주민의 아이디어와 제주도의 숨은 뜨개 고수 할머니들의 기술을 접목하여 제주 감성이 담긴 뜨개 작품들을 만들어 소개하고 싶다. 뜨개를 하며 실로 선주민, 이주민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듯, 모두가 서로의 특색을 인정하고, 하나의 사람으로 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제주도민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을까. 

 

“뜨개는 일상 속 예술로 일반인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활동이에요. 뜨개공방에서 뜨개를 하는 동안에는 나이 차이, 환경 차이 모두 상관없이 어우러질 수 있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