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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제주 곶자왈에서 우중 산책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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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과 ‘함께’ ‘걷기’ 그리고 ‘배움’. 이 4가지 단어가 비 내리는 제주와 합쳐졌을 때, 언젠가 꺼내보고 싶은 기억의 환희로 아로새겨진다. 지난 6월 27일 첫 번째로 열린 <모두의정원학교>  오픈데이 덕분에 교래 곶자왈을 각자의 정원으로 품었다. 


눈 앞에 펼쳐진 끝없는 초록 속으로

“곶자왈은 무엇일까요? 익히 들어왔지만, 오해가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곶자왈은 화산활동에 의해 생긴 지형 중 하나로, 용암이 흘러가다가 식으면서 만들어진 거예요. 대부분 제주가 그렇지만, 그중 가장 젊은 땅이죠. 일전엔 40만 년 전 형성되었다고 알려졌어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9천 년 전이란 게 정설입니다.”

곶자왈을 풀이하자면 ‘곶’은 숲, ‘자왈’은 덤불 숲이 엉킨 것을 일컫는다. 돌이 있으나 돌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곶자왈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부터 이날의 탐방은 시작됐다. 현무암 때문에 농사짓기는 어려우나 땔감을 구하거나 소와 돼지를 방목할 때 유용한 초지였던 것. 곶자왈이란 단어의 탄생도 불과 2002년경 제민일보 연재 기사에 의해서였단다. 메가폰을 잡은 김명준 강사(여미지 식물원 객원 연구원)의 설명을 들으며 시민정원사와 일일 참여자들은 교래 곶자왈의 숨통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장대비로 몰아치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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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에 얽히고설킨 오해를 풀기 시작하면서 현장 답사는 시작되었다.(위)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서로의 우산이 되어 즐거운 탐방을 시작했다.(아래)


자연을 오감으로 익히는 시간

지난해 총 15명의 시민정원사를 배출한 <모두의정원학교>는 올해 좀 더 짜임새 있는 11회에 걸친 워크숍으로 단장했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 내 옥상정원과 1층 정원을 가꾸면서 도심 정원의 중요성을 스스로 습득하도록 북돋우는 취지였다. 올해 총 21명의 정식 참석자는 3개 조로 나뉘어 주 1회 정원 관리를 도맡고 있는 터. 배우자마자 반가운 실행이다. 이날은 회차에 따라 추가 참가자를 모집한 오픈 답사 중 하루였다. 자연을 아끼는 마음을 공통점으로, 보폭을 맞춰가며 서로의 우산이 되어 하나로 뭉친 시민정원사 탐험대가 되었다. 

“곶자왈은 크게 난대림인 ‘상록수림’과 온대림인 ‘낙엽수림’으로 나뉩니다. 교래 곶자왈은 후자에 속하죠. 상록수림이 별로 없는데, 선흘 곶자왈인 동백동산이 대표적인 난대림이죠. 고사리도 여러 종류인데, ‘일색고사리’는 북방계 고사리예요. 추운 지역에서만 사는 게 왜 여기에서 발견될까요? 이곳이 덥지 않다는 증거가 되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우리 편이 되어주는 곶자왈. 그 안에서 끊임없는 강사와 시민정원사의 문답이 빗방울만큼이나 연이어졌다. 신비로운 자연 앞에 경탄을 마지않다가도, 순수한 어린아이의 심정으로 휴대폰 메모에도 열심이다. 특히 이날은 곶자왈에서 사는 식물에 대한 탐구 뿐만 아니라 식물 간의 공존을 오감으로 익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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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에서는 용암이 돌로 변하는 과정에서 그 속도가 달라 함몰 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위) 고사리 숲 사이에서 마주한 노루는 곶자왈을 더욱 신비의 세계로 이끈다.(아래)


짙은 숲 내음에 더욱 매료된 하루 

“곶자왈 지형 사이에서도 달라지는 기후를 ‘미기후’라고 합니다. 고사리에 꽃이 핀 게 아닌데, 곁에 있는 난과 식물에 속하는 꽃이 고사리꽃처럼 보여요. 미기후 때문에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이 공존합니다. 뿌리가 납작하게 땅 위에 노출되는 저걸 ‘판근’이라 하는데요. 나무는 돌에 의지하고, 돌은 나무에 의지한다는 제주 할망의 곶자왈에 대한 정의가 여기에서 비롯되죠.” 

식물의 생존 전략이자 생태계의 생리를 몸과 마음으로 축적해 간다. 나무는 올해의 싹이 날 때 내년을 대비하며 눈을 품고, 잎사귀가 커지면 옆에 있는 나무 틈에서 햇빛을 더 잘 받기 위해 스스로 잎을 찢기도 한다. 이곳의 생명력은 일정한 바람 가운데 공기와 만나면서 이끼를 자라나게 하고, 자기만의 온도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다. 올라온 숲 내음에 더욱 매료된 현장은 곶자왈 식물전문가인 김명준 강사로부터 식물을 대하는 자세에서 필요한 겸손 역시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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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단독이 아닌 식물이 있는 지형 역시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김명준 강사(위) 탐방로에서 마주한 꾸지뽕나무 열매. 이 나무는 땅에서 올라오는 애벌레를 막고자 가시가 돋아 있다.(아래)


하나로 뭉친 시민정원사 탐험대

“작년 참여자가 올해에도 몇 분 참여를 이어가고 계세요. 오늘 도움 준 강사님 외에도 센터 내 옥상정원의 초반 그림을 잡아준 ㈜더가든의 김봉찬 대표와 스누피가든 조경을 맡은 조은경 차장,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마을플랫폼 황아미 대표 등 우수한 강사진을 보고 지원한 분도 많습니다. 모두의 정원학교의 시민 정원사끼리 커뮤니티가 생성되면서 이런 활동이 시민들에게 자발적으로 확산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제주시소통협력센터 기반 조성팀 정현정 매니저의 말에 직박구리가 화답이라도 하듯 긴 울음소리를 내며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서로 아끼고 흐르는 숲의 세계를 탐닉한 걸음은 저마다 가볍다. 여전히 세상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곳이 있고, 우리가 꿈꾸는 내일의 제주도 그럴 것이라는 희망. 시민참여자의 웃음꽃에는 그 같은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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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 옆 구석구석 살피기. 피톤치드를 흠뻑 맡으며 온몸 근육을 골고루 쓰는 건강 챙기기에도 일조했다. 


‘모두의 정원’으로 놀러 오세요!
제주시소통협력센터 옥상에는 누구나 자연을 느끼며 쉴 수 있는 ‘모두의 정원’이 있다. 올해부터는 이 공간을 함께 만들고 가꾸면서 도심 속 정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커뮤니티 가든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주체로서 시민정원사들이 활동 중이다. 지난 모집정보 등 모두의 정원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링크를 참조하시길. https://bit.ly/472xL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