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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주살이 능력' 만렙까지 함께 합시다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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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기업의 탈을 쓴 제주살이의 전도사라 부르고 싶어진다. 제주에서 재밌게 살 수 있느냐는 의구심 앞에 “완전히 가능!”을 외친다. 맛있고 엉덩이가 들썩이는 제주 생활의 A-Z를 전파하는 랄라고고 주식회사와 함께라면. 


‘랄라고고 주식회사’ 예습하기 lalagogo.co.kr
제주의, 제주를 위한, 제주에 의한 콘텐츠를 전방위로 디자인한다. 외주 제작에만 전념하는 기존 디자인 기업의 틀을 깨부수고 책과 영상, 이벤트 등 분야를 넘나드는 가운데 ‘픽제주(picjeju)’라는 자체 즐거운 제주살이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영상 편집 및 관리하는 송승현 매니저, ‘픽제주’ 플랫폼 운영을 맡은 변재성 인턴, 기획 및 디렉팅을 하는 조인래 대표, 그리고 홍보, 마케팅에 주력하는 장혜영 팀장. 가운데는 랄라고고 주식회사의 어르신이자 마스코트인 페르난도다. 디자인하는 전소영 팀장은 잠시 부재 중. 


언어와 경제, 역사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제주살이 능력고사’를 주최하셨던데요, 이를 진행한 ‘랄라고고’가 디자인 기업이란 점이 뜻밖이었어요. 

재작년 법인으로 만들면서 제주에 있는 여러 소스를 콘텐츠화하고자 했어요. 작년 우리의 화두가 ‘커뮤니티’였는데요. 뉴스레터는 쭉 발행해 오는 가운데, 우리를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착안한 것이 ‘덕질’하는 아티스트의 팬클럽이었어요. 팬클럽 가입 시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시험을 보잖아요. 상당히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으면서 말이죠. 제주도 팬덤이 있는 지역이니, 이런 시험 형태가 지역 주민뿐 아니라 제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흥미로울 것 같았어요. 팀원과 의논하다가 바로 실행에 옮겼죠. 


막상 시험을 치르다 보니 예상 밖 결과도 있을 듯한데요. 

개인적으로 이주민이냐 선주민이냐 가르는 걸 참 싫어했어요. 늘 갈등을 이야기하니까요. 그런데 막상‘제주살이 능력고사’를 치르니, 오히려 그 반대 느낌을 받았어요. 가르더라도 재밌다는 거였죠. 제주살이라는 공통된 매개 안에 이주민과 선주민이 묶이니까 그 차이가 도리어 흥미로워졌어요. 이주민이 당연시 생각하는 것을 선주민은 신기하게 보고, 선주민은 이주민이 이리도 제주에 애정을 갖는지 알게 되었죠. 서로의 입장 차가 있다는 것을 가볍게 인정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이어가다 보니, 이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상당히 고마운 일이죠. 재미를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미가 따라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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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중 하나, “수영의 할머니는 ‘아이고 꽝이여’라는 말을 자주 하신다. 무슨 뜻일까?” 대부분 4지선다형으로, 정답과 해설까지 알차게 담았다. 매달 1회 실시되는 오프라인 시험 소식은 인스타그램(@picjeju)을 참고할 것.


책도 쓰고 영상까지 만들고 있잖아요. 다루는 분야가 상당히 넓은 것 같아요.

제주의 좋은 것을 큐레이션 해보자는 일념이었으니까요. 작년에 <제주살이 능력고사 예상문제집>과 <제주씨를 위한 바다 액티비티 안내서> 두 권을 발행했는데요. 사람들은 좀 놀라더라고요. 법인 전환 전에도 애뉴얼 리포트나 홍보 자료 등을 10여 년 만들어 온 노하우 덕분인지 어려움 없이 진행했어요. 촬영, 편집까지 다루는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영상의 퀄러티도 높였고요. 


기존 디자인 기업에 안주하기보다 콘텐츠라는 큰 범주를 키우고 있는 듯해요. 

랄라고고 주식회사는 자체 프로젝트든 외주 제작이든 여러 무기를 조합해서 공략할 수 있는 능력치가 있는 기업이란 생각이 들어요. 외주 작업 시 그 기업의 니즈를 가이드하고 컨설팅을 포함해 작업할 수준인 데다가 자체 발행하는 ‘픽제주’ 뉴스레터와 SNS 채널 등을 활용해 패키지로 홍보까지 가능하니 좋죠. 좀 더 분발해 픽제주 플랫폼을 공식 오픈,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에요. 


자체 브랜드인 ‘픽제주’는 기업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것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익적인 측면으로 연결하긴 어려워 보이는데요. 

작년에 우리가 세운 ‘커뮤니티 형성’에 이어 올해부터는 ‘제주살이’라는 키워드를 갖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제주살이하면 픽제주’란 연결고리가 생기게 하는 목표였죠. ‘제주살이 능력고사’ 자체만 보면 당연히 수익적으로 마이너스예요. 그런데 이로 인한 간접 수익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가 좋고 재밌다는 평을 들으면서 다른 프로젝트로 연결되거나 새로운 일을 맡기는 경우도 자주 있거든요. 근시안적으로는 마이너스라 할 수 있지만, 크게 보면 플러스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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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온 후 프리다이빙 강사로도 활동했던 조인래 대표.(위) 지난해 발행한 <제주씨를 위한 바다 액티비티 안내서>는 7가지 해양 액티비티를 감각적인 사진과 정보를 담았다.(아래)


올해 2월에 센터에 입주하셨는데, 첫 인연은 2022년 제주생활실험에서 시작된 건가요?

네. 제주시소통협력센터는 느낌이 되게 좋았어요. 진심이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간 여러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아쉬웠던 게 사무적인 일 처리였는데, 센터는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면서 도울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이더라고요. 사실 우리가 NFT를 활용한 환경 캠페인인 ‘제주 테이크3’를 진행했는데 실패한 바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외부문제로 인해서였는데, 이 과정을 보고서에 솔직히 녹인 점을 반가워하더라고요. ‘제주살이 능력고사’는 어찌 보면 이런 실패를 발판으로 삼아 맥을 이어온 셈이에요. ‘제주 테이크3’에서 NFT로 할인받는 것을 기획한 것처럼 제주살이 능력자 모바일 인증서를 받을 시 기념품 제공은 물론 협업하는 지역상권에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짰거든요. 완벽한 실패는 없었던 겁니다.


타 입주 단체와의 협업이 이뤄진 적도 있는지요? 

별무리 사회적협동조합은 내년 가을경 ‘레인제주’라는 대안학교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그곳에서 진행하는 매거진 발행이나 1인 가구 커뮤니티와 관련해 컨설팅이나 홍보 등을 맡았어요. 제주시소통협력센터의 작업도 해왔고, 공유 플랫폼을 하는 ㈜앤스페이스 제주와의 협업 역시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의 랄라고고 주식회사는 어떤 그림을 그릴까요? 

심각한 기후위기 속에서 도시보다 지방에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는데요. 지금처럼 제주 내 젊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면 발전할 기회가 없을 거예요. 이런 상황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 아래 제주에 오래 머무는 청년들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들에게 유용한 제주 정보, 함께 즐길 만한 커뮤니티가 탄탄하다면 문제해결에 가까워지는 것은 물론 청년들의 삶도 훨씬 쾌적해질 것 같아요. 픽제주 포털 플랫폼(picjeju.com)을 리뉴얼해서 이런 사업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습니다. 그럴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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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내 자리 잡은 랄라고고 주식회사의 사무실 풍경. 공용 프린터기 옆이라 좋다는 긍정의 아이콘 군단이다. 


제주살이 능력고사가 궁금하다면?
제주살이 능력고사 오프라인 시험은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치러진다. 70점 이상에게는 모바일 인증서가 발급된다. 이 인증서가 있으면 네트워크를 맺은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향토기업 등에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백문이불여일견! 어떻게 치러지는지 궁금하다면 링크를 따라가서 영상을 확인해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tuDJZWCU1C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