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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배우는 즐거움에 빠졌어요!2022.07.26
센터 3층에는 다양한 모임 활동이 가능한 회의공간 5개가 마련돼 있다. 누구나 쉽게 대관을 신청할 수 있는데, 유독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언가 배우고 계시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었다. 무슨 모임이길래 저렇게 즐겁게 다니시는 걸까 항상 궁금했다. 그래서 한번 찾아가 봤다.


“이제 저에게 메일을 보내보세요.” 

강사의 설명에 모두 일제히 키보드 자판을 하나하나 정성 들여 두드리신다. 뒷자리에서는 “편지를 오랜만에 쓰니까 뭐라고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고민했고, 옆자리에서는 “날씨 이야기가 아무래도 무난하지”라며 훈수를 두셨다.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부지런히 글자 입력을 마친 맨 앞자리 어르신이 갑자기 손을 번쩍 들었다. “사진을 첨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돼요? 무슨 버튼을 눌러야 하지? 선생님 이리 좀 와봐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이면 잊지 않고 ‘비양도’ 회의실에 모이는 어르신들 


지난 7월 13일 방문한 ‘비양도’ 회의실 풍경이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 30분 동안 수업이 진행되는데, 이날은 총 3명의 수강생이 참여했다. 강의 내용은 노트북으로 와이파이에 접속하고, 포털 사이트 아이디를 만들어 이메일을 보내는 것. 젊은 세대에게는 몇 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일이지만 어르신에게는 너무나 어렵다. 

그로 그럴 것이 세상이 빨라도 너무 빠르게 변한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화되면서 이제는 은행을 가도, 병원을 가도, 식당을 가도 사람이 아닌 온통 기계가 대신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이 어르신들에게는 이제 10년이 아니라 3년, 아니 몇 달로 줄어들었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이들의 강산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배움의 열정으로 가득한 한혜선 참가자. 눈높이 교육 덕에 실력이 쑥쑥 자라는 중이다. 


수업 참여자인 한혜선 어르신은 그래서 생각이 날 때마다 수첩에 물어볼 것들을 틈틈이 적어와 알려달라고 하신다. 이번 이메일 보내기 수업도 수강생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 지난 월요일에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편집하고 예쁘게 자막을 다는 방법을 배웠다. 자식과 손주에게 카카오톡으로 전송했다고 자랑도 하신다. 아주 사소한 일일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큰 변화가 아니었을까. 어렵기만 했던 디지털 기기가 이제는 세대를 이어주는 효자 노릇을 하는 셈이다. 

“모르니까 답답할 때가 많았어요. 자식들한테 물어보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런데 이렇게 배우니까 너무 좋아요. 누군가에게 디지털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집과 가까운 곳에서 수업이 진행돼 정말 편리해요. 나이 들면 배워도 금세 까먹는데 그때마다 강사님이 다시 친절하게 알려주고, 천천히 배워가면 된다고 응원해주니까 신나요.”


어르신들이 디지털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되어주는 정일훈 강사 


디지털 기기의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처럼 어르신이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소통하고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디지털 배움터 정일훈 강사는 최대한 쉽게, 천천히 수업을 진행한다. 이방인이 돼버린 이들의 상황을 마음으로 헤아리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게 돕는다.

“디지털배움터는 어르신들처럼 디지털 배움이 필요한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각자 느끼는 어려움이 다르기에 수업도 ‘디지털 기초, 디지털 생활, 디지털 심화’ 단계별로 진행된답니다. 공부라고 생각하면 너무 거창하니까 운동 삼아 온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러다 보면 재미가 점점 붙어서 요즘 식의 소통을 거뜬히 해내실 수 있을 거예요.” 

조용히 강의 현장을 빠져나오는 길, 우리 부모님께도 디지털 배움터에 참가해 병원에 갈 때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르고, 키오스크로 접수해서 처방전을 발급받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배달 앱으로 간편하게 음식을 주문해 식사할 수 있기를 남몰래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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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주 디지털배움터는 과기정통부와 NIA에서 전문기관으로 참여하고 주관기관은 제주특별자치도이며 (주)케이티씨에스가 운영한다. 제주시소통협력센터를 비롯해 도서관이나 복지관 등 35개소에서 무료로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온라인 교육도 진행한다. 1800-0096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 접수가 가능하다. 

바로가기: 디지털배움터.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