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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공론장의 진짜가 나타났다.2021.05.25


문밖에서부터 발끝으로 전해지는 왁자지껄한 소음의 진동. 조심스레 문을 열었으나 누구 하나 거들떠보는 이 없다. 

대체 무슨 대화가 오가길래. 몰입한 주민의 의제 속으로 빠져들어 간. 여기는 2차 제주생활공론의 현장이다.


자칫 흘려보낼 수 있었던 소중한 생각의 조각. 이곳에 잡아두고 숙의를 거친다. 


지난 1차 공론장에서 나온 시민들의 목소리를 복습하고 있다. 자, 2차 공론장도 시작해볼까.
 

지난해 제주생활공론은 주민 스스로 4가지 캠페인을 성사하는 쾌거를 낳은 바 있다. 선주민과 이주민 사이의 갈등을 좁히거나 견주 매너를 공유하는 등 참여한 시민이 또 다른 시민과 더불어 진행한 실행이었다. 올해 새로 단장한 제주생활공론은 지난번과 비슷하고, 또 다르다. 시민이 직접 가져온 의제로 공론을 펼치면서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큰 틀은 유지하되, 이해의 폭을 좀 더 넓혔다. 지난 ‘기록자’라 불리던 역할에, ‘대화조력자’로 명명한 것도 그 예다. 

그룹별로 배치된 대화조력자는 시민 간의 대화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숙의를 위한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

올해 제주생활공론의 또 다른 변화.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닉네임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사실 기록자는 참가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때론 독려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에 가까워요. 기록은 부차적인 역할이었는데, 기록자란 명칭이 자칫 수동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참가자가 자신의 생각을 대신 기록하는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하고, 기록자 스스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하고요. 이번엔 모집 단계부터 ‘대화조력자’로 구분해 좀 더 분명한 성격을 명시했어요.” – 앨리스(제주시 소통협력센터 기획협력팀 이소현 매니저) 

디자이너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후발주자로 참여했던 디자이너는 공론장 3회차부터 참관해 해당 팀의 논의를 관찰하고 실제 캠페인에 진행될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실행 속도를 높였다. 오늘의 현장은 공론장 2회차. 작년보다 구체화된 의제가 쏟아지고 있었다. 게스트 하우스 내 근로문화나 관심이 다소 부재한 연극 문화를 건드리는 등 생업과 관련한 문제의식도 엿보인다. 이들이 올해 선보일 캠페인은 6가지 내외. 23명의 참가자와 6명의 대화 조력자, 그리고 6명의 디자이너로 구성된 정예부대의 목표다.

제주생활탐구에도 재도전했던 제이. 제주로의 이주가 사회적 참여를 하게 된 계기였다.


“재밌어요. 작년에 ‘육지 것들의 제주살이’란 주제로, 제주에 사는 문화예술기획자를 인터뷰하는 제주생활탐구에 참여했는데요. 이번엔 제주생활공론의 대화조력자로 지원했어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었죠. 한 분이 문제의식을 도출한 후 또 다른 분들의 이야기가 더해져 심도 있게 되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공론의 장점이겠죠.” – 제이(김정혜) 



제주청년센터에 몸담은 요정의 관심 분야는 여전히 환경이나 구체적인 의제는 다르다. 

 
“작년에 제주생활공론에 참여해 하나의 텀블러를 오래 사용하는 문화 캠페인을 실행했어요. 당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스스로 발전한 기억이 좋아 다시 도전했죠. 이번 제가 가져온 의제는 재활용에 대한 의식 개선이에요. 재활용해야 하는 건 알지만 방법을 몰라서 안하는 건지, 단순히 귀찮아서 안하는 건지 생각해보고 있어요. 여러분과 이야기하면서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고요.” - 요정(현여정)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제주시 소통협력센터 사업 간의 유려한 연계성이 보인다. 엮이고 이어지고 함께한다. 지난 제주생활공론의 참여자가 재도전하기도 하고, 타 사업인 제주생활탐구의 참가자가 제주생활공론에 발을 들였다. 공간과의 조우도 마찬가지다. 이번 캠페인은 올해 모습을 드러낼 소통협력공간에서도 활약할 전망이다.


“시민들은 늘 저를 당황스럽게 해요.” 젤리장 자신의 문제의식이 편견이라 생각할 정도로 다채로웠던 2차 공론장의 소감. 

 
“지난 제주생활공론이 소문이 나서 타지역에서 여러 제안이 오고 있어요. 덕분에 출장이 잦아졌죠. 애당초 제주생활공론의 목표가 참여자가 가져온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는 겁니다.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해요. 공론장 2회차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시민 스스로 문제의식을 좁혀나가는 역량이 돋보여요.” - 젤리장(공공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고무적이다. 기본기를 다진 끝에 나온 탄탄함일 것이다. 제주생활공론을 통해 다시 한번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의 존재 이유를 되새김질한다.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사람과 사회를 잇는 플랫폼. 시민들이 선두에 섰고, 이들의 오늘은 제주 너머에도 닿아 있었다. 


2차 공론장 이후 시민들의 모든 의제는 12가지 카테고리로 분리된다. 과연 최종 캠페인이 될 의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