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빼꼼히 열자 그윽한 원두 커피향이 마중나온다. 멘토의 핸드 드립 시연에,
신기한 듯 머리를 모아 지켜보는 학생들. 다정다감한 질의와 해맑은 웃음이 교차한다.
여기는 가정 밖 청소년ㆍ청년 자립을 위한 수업 현장이다.
장창언 멘토의 핸드 드립 중 속칭 ‘커피빵’이 몽글몽글 부풀어 오른다. 청년들의 호기심도 커져만 간다.
‘기획형 리빙랩’ 살펴보기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2020 생활실험 프로젝트(리빙랩)’ 아래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제주시 소통협력센터의 기획형 사업이다.
‘가정 밖 청소년ㆍ청년 자립 지원’과 ‘건강한 먹거리 기반 커뮤니티 돌봄’,
‘공유이동수단을 활용한 대안 이동 실험’으로 추진하는 총 3가지 사업은
관련 기관과 협업해 당면 과제를 통합적으로 살피고 해결해나가는 과정 그 자체.
즉, 실행을 통해 기획의 효율성 및 실현 가능성을 직접 검증하는 실험이다.
올해 5월, 도내 가정 밖 청소년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정 밖 청소년을 위한 조례’가 제정되었다.
이에, 지역사회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기 위해
요식업과 운송업 분야의 시범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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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한 켠을 가득 채우는 하나의 테이블. 저마다 앉았다가 서다가 자유로이 움직인다.
멘토와 멘티 사이라 익히 들었건만, 터울 있는 선ㆍ후배 사이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이 현장의 주인공은 자립 기반을 키워나가려는 청소년들과 사업자 멘토로 나선 ‘피자굽는돌하르방’ 장창언 대표다.
요식업 분야의 주요 소재는 빵과 커피예요. 주당 6시간씩 시간을 안배해 진행 중이죠.
지난주엔 통밀을 제분하는 것부터 직접 빵 굽는 수업을 진행했어요.
이번 주는 커피를 로스팅해서 핸드 드립하는 방법과 커피 머신기를 이용하는 바리스타로서의 기본 기술,
두 가지를 배울 예정이에요.
요식업 분야는 기초부터 전 과정을 체험하도록 탄탄히 진행된다.
이번 커피만 해도 그렇다. 카페 창업과 관련한 실질 교육이다.
생두를 원두로 만드는 로스팅 과정, 원두가 카페에서 서빙할만한 음료수로 발전하기까지의 과정 모두 아우른다.
이는 장창언 멘토의 요식업 창업에 대한 신념 때문이다.
진정한 교육은 현장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해요.
경험이 쌓이면 창업의 실패 확률이 확실히 줄어들거든요.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진행한 이유도 여기 있어요.
피자집을 운영하면서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느끼는 감정이나 고충 같은 걸 이해하고 있어
학생들과 제법 어울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빵 굽는 시간에 우쿨렐레도 연주하는 등 즐기면서 하고 있죠.
장 멘토의 말마따나 사람은 다 똑같다. 배우러 왔더라도 재미없으면 졸리다.
래퍼, 패션 디자이너, 작가, 호텔 조리사 등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꿈을 꿨다.
그러나 몰랐던 분야에 호기심을 키우고, 배우려는 욕심만큼은 같았다.
카페를 창업해 자신을 위한 커피를 내려 마시며 글을 쓰고 싶다는 작가 지망생. 미래를 현실로 즐겁게 당겨왔다.
무엇보다 재밌어요. 저는 원래 제과제빵과 바리스타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일 배우고 싶었던 분야라 반가웠고,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어서 좋았어요.
푸근한(웃음) 멘토님이 우리를 잘 이해하고 찬찬히 설명해준 덕분이죠.
사실 이런 훈훈한 현장에 앞서, 보이지 않는 노력도 있었다. 기초 자료 조사 및 두 차례에 걸친 간담회가 이뤄졌다.
청소년ㆍ청년 전문가의 이론과 경험을 기반으로, 지역 내 청소년ㆍ청년의 자립 지원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아이디어와 파트너십을 논의, 조율했다. 이후 실행에 들어갔다. 참여자 간의 머릿속 방안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실제 자립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진로를 설계하고 직업기능을 함양하는 것은 물론 윤택한 작업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장 탐방,
인턴십 체험 프로그램 등에 이르기까지 명목상 시범 운행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일 뿐, 실제 프로그램으로도 손색없을 정도다.
이후 직접 시도해본 가설적 해결방안이 효과적인지 검증하고 재시도하는 실험은 이어질 예정이다.
(사)아름다운청소년이여는세상 백희봉 센터장도 꿈꾼다. 가정 밖 청소년ㆍ청년이 자립 역량을 굳건히 키울 그 날을 위해.
이번 가정 밖 청소년ㆍ청년 자립 지원 사업의 협력 기관인 (사)아름다운청소년이여는세상 백희봉 센터장의 첨언은 고무적이다.
밝은 미래를 향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 수업 전에 학생들과 함께 방문할 글로벌제주문화협동조합의 청년 농부를 만나고 왔거든요. 대표가 25세더라고요.
어렸을 때 말썽도 일으켰던 친구인데, 지금은 어엿하게 자기 밥벌이를 하는 변화된 모습에 감동했어요.
우리 친구들도 그렇게 자립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진행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