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뷰

  • HOME
  • 소식알림
  • 현장리뷰
[인터뷰] 플리원 - "제주 추가 배송료의 실체를 헤아리고 싶었죠."2020.12.10

코로나19로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 바야흐로 총알 배송의 시대. 

오늘도 필요 물품의 검색을 한다. 배송 버튼을 누르려는데, 잠시 멈춤. 추가 배송료가 발목을 잡는다. 

제주도민 대부분의 공감을 사는 배송료 문제를 파악하고자 뛰어든 플리원. 실패를 맛보았으나 낙담은 아니었다.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안되면 방향 전환하고. 권진희 씨(좌)와 이승희 씨(우)는 당차고 유연한 20대다. 



플리원 예습하기   

@plywon_interviewer

“제주도로 추가 배송료 없는 배송이 가능할까?”란 질문으로부터 성급하게 답의 마침표가 궁금해지는 플리원의 탐구 주제. 

제주생활탐구 3기로서,탐구의 초보가 거쳐야 할 모든 과정을 자진해서 거쳐갔다. 

현재 창업 아이템을 구상 중인 권진희 씨와 야외스냅 및 스튜디오 촬영을 하는 달리필름의 이승희 씨가 그 주인공. 

나의 불편에 공감대를 얻은 상대를 담아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발전시켰다.


 

절실함과 현실 사이에서의 간극 

추가 배송료 없는 제주도 배송이라… 제주도민 대부분 무릎을 ‘탁’ 치게 한다. 

희망 사항일 만큼 불편했으나 이를 공론화한 적은 없었다. 

궁금하고도 절실한 한편, 막상 탐구에 뛰어들었을 때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탐구를 이끌 리더인 이들은 접근 방법은 알고 있었다.


배송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뒤 물류의 유통 관련 관계자를 직접 만나 근본적인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어요.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제주지부나 제주박스(제주 배송 불가 상품의 배송 대행 서비스) 등에 연락해서 

물류의 흐름을 파악하고 배송비를 최소화할 방안을 탐구하려고 했죠.


이들의 탐구는 일상의 경험으로부터 불거졌다. 

올해 자취 생활을 시작하면서 배송 불가인 상품을 자주 접하고, 추가 배송료로 인해 맘에 드는 디자인의 물품을 구입하지 못한 것. 

제주에 산다는 게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선택의 자유마저 제한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제주생활탐구 모집 공고는 1기부터 보아오던 차, 이를 계기로 자신의 문제를 모두의 문제로 펼쳐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자료조사,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부터 이들에겐 매 순간 도전이었다. 




맘에 드는 거울을 구매하려는데 배송 불가여서 다른 방법을 찾아본 적이 있어요. 

여러 종합적인 불편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었어요. 배송의 가능성과 가격으로 구별했습니다. 

배송이 가능하나 유료와 무료로 구분 짓고, 배송이 불가능한데 유ㆍ무료인 각각의 경우에 따른 유통망을 알아보는 거죠.


의지는 강했으나 막상 부딪힌 현실은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둘 다 유통 분야의 문외한이었기에, 속되게 말해 맨땅에 해딩하는 식. 

여러 관계자와 전화와 메일 등으로 직접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회신이 느렸다. 

겨우 받은 회신에는 스케줄을 이유로 접촉이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3개월의 탐구 기간이 촉박했다. 

더불어 탐구의 취지와는 다르게 그저 공격적인 소비자로만 비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무작정 기다린다고 능사는 아닐 터, 선회해야 했다. 그래, 그거였다.


 

 


더 나은 실패, 누군가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것

택배를 자주 이용하는 제주도민은 어떤 개선을 요구할까? 도내에서 도외로 보내는 배송에는 왜 추가 배송료가 붙지 않을까? 

배송과 관련해 플리원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마침 플리원이 탐구를 시작할 무렵, 제주에선 도선료 인하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내 버스 정류장에 포스터가 붙은,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제주지부의 목소리였다. 

택배 하나당 도선료 원가가 500원이란 사실을 밝히면서 적정 도선료 입법 운동을 추진했다. 이에 플리원의 목소리까지 싣는다면 좋은 기회라 여겼다. 

일반 택배 이용자는 물론 택배와 떼어놓을 수 없는 도내 소상공인과 직접 부딪히기 시작했다.




'애월아빠들'의 송창훈 이사로부터 계란의 출고 과정을 듣고 있다. 권진희 씨가 묻고, 이승희 씨가 찍고 편집한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플리원의 카드 뉴스. 
급성장한 택배 산업과 달리 후퇴한 종사자의 복지를 짚어낸다. 




소상공인 업체로는 세 군데를 인터뷰했어요. 

계란 배송 업체인 ‘애월아빠들’과 농산물 판매 업체인 ‘제주뗌므’, ‘파밍’이었죠. 

택배와 관련한 불편과 개선점, 희망 사항 등을 묻는 영상 촬영을 했어요. 

결론적으로 배송료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애월아빠들’은 홍콩과 두바이 등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제주에서 계란을 배송하려면 수출의 거점이 되는 육지의 항까지 나가야 하기에, 기간과 비용이 추가되기 마련이다. 

‘제주뗌므’는 자체 포장박스를 육지로부터 수급해 소요되는 총 배송비만 해도 높은 편인데, 소비자에겐 무료배송을 하고 있다. 

‘파밍’은 파손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박스를 고민하면서 직접 송달료를 포함한 택배비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택배 환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주 내 1차 산업 종사자의 어려운 현실을 깨달았다. 

육지에서 도내 방향의 문제의식을, 도내에서 도외로의 택배 탐구로 전환한 셈이다.


플리원이란 팀명은 ‘피플 스토리 in 원(한국의 화폐 단위)’이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는 의지다. 

누가 이들에게 단순히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러 시행착오 속에서도 주저 앉지 않은 이들로부터 제주생활탐구의 취지를 돌아본다. 

제주생활탐구는 일상생활을 탐구하며 더 나은 제주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플리원의 방향 전환에 따른 제주의 또 다른 가치 발견을 응원하는 이유다.






이야기를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따뜻한 연대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