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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우린 뭐든지 할 수 있어!2024.07.02

매월 둘째 주 토요일마다 진행하는 <만만한 원도심> 사진 프로그램 ‘나는 무지개 카메라를 좋아해’. 아이들의 눈으로 원도심을 담아본다. 어떤 이야기들을 써 내려갈까?


좋은 일들을 만나게 해주는 카메라 

프로그램이 시작하기도 전에 아이들은 장근범 작가의 주위를 둘러쌌다. “선생님 이름은 뭘까?”라고 묻자 어디선가 “장작” 했다. 오늘 하루는 ‘장작’이라고 불러도 된다는 쿨한 선생님에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짓궂은 장난에도 허허 웃으며 받아주는 모습에 아이들은 마음을 활짝 열었다. “자, 이제 좋은 일들을 자주 만나게 해주는 카메라로, 기억하고 싶은 산지천의 모습을 찍어보자.” 


아이들의 주 무대이자 놀이터가 될 원도심과 산지천, 이곳이 어떤 곳인지 함께 알아봤다. 원도심에 처음 온 아이들도 많았는데, 모두 호기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다. 사진을 함께 보며 제주 사람들에겐 생명수가 있던 곳이자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배웠다. 장근범 작가는 아이들에게 카메라 잡는 법을 알려주며 덧붙였다. “멋지고, 두고두고 생각날 것 같고, 기억하고 싶은 모습을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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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받은 아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연신 셔터를 눌렀다.


물이 발레를 하는 것 같아요!

금메달을 받듯 기쁘게 카메라를 받아들고 산지천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흘러가는 물을 보고 다시 걸음을 멈췄다. “장작, 저기서 물이 나와요!” “저 물이 바로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이야.” 아이들은 신기하다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이때, 한 아이가 꽃을 주워와 물에 띄웠다. 재미난 상상력이 멋진 연출이 되는 순간. “이야, 예술하시네요.” 


그때 아이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기다란 물고기 한 마리를 발견한 것. 상어인지 물고기인지 논쟁이 벌어졌다. 열띤 토론에 장근범 작가가 등판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야. 마음속으로 상어라고 하면 상어가 되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던 아이들은 상어를 봤다며 좋아했다. “다음에도 이거 할래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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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물체라도 어떤 시선으로 보는지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모두가 정답이 되다

산지천 탐방을 마치고 다시 모인 아이들에겐 스케치북이 하나씩 주어졌다. 매달 펼쳐지는 <나는 무지개 카메라를 좋아해> 프로그램에서는 찍은 사진을 인화해 오늘의 감상평을 자유롭게 써 내려간다. 아이들의 손으로 만드는 원도심 기록이다. “내 마음 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세요.” 색연필을 들고 망설이는 아이에게 장근범 작가는 말했다. 


아이들의 생각과 손으로 원도심의 이야기들을 잇는 과정. 지난 달, 관덕정에 다녀온 친구들이 남긴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빈 종이를 채우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냥 지나쳤을 모습을, 휘발되기 쉬운 순간을 꾹꾹 눌러 담았다.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할 다양한 생각들. 아이들이 만든 원도심의 ‘오늘’은 소중히 기억되리. 

제일 듣기 좋은 인사는 ‘재밌었어요.’ 아이들은 재밌었다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인터뷰> 조금은 엉뚱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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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지개 카메라를 좋아해’ 기획자, 장근범 사진작가

Q. ‘나는 무지개 카메라를 좋아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문제나 현상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다양한 세대가 같이 연대해서 고민 하는 시간들을 가지고 싶었어요. 원도심이라는 공간에 아이들이 들어와서 모든 세대가 같이 살아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공간을 마주하고 이해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Q. 그 연결고리가 ‘사진’인거네요.

사진이 가지고 있는 아카이브적인 특성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도 아카이브 프로젝트 중의 일부예요. 그러니까 아이들이 아키비스트가 된다는 개념이죠. 왜냐하면 원도심이 불편하고 노후화됐다고 해서 지우고 없애는 경우들이 많잖아요. 적어도 여기에서는 그런 모습들이 잘 보존이 되었으면 해요. 


Q. 원도심에 아이들의 시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같은 공간, 동시대를 살고 있다 하더라도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이 될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 환기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죠. 아이들은 사진으로 즐겁고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내죠. 산지천을 보더라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을 하더라고요. 누구는 자연을, 누구는 물을, 누구는 버려진 쓰레기만 보는 거예요. 사진의 기술이나 미학적으로 완벽한 것을 떠나, 이 친구들의 눈높이가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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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작은 말 한 마디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장근범 작가  


Q.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영감이나 에너지도 얻으시나요?

저는 아이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해요. 작업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상상력이나 사고가 제한적일 수 있잖아요. 아이들은 제한적인 공간을 열어주는 일들을 정말 잘 만드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보고 듣는 거, 생각하는 거, 말하는 것이 시점이나 관점들을 넓어지게 해줘요. 조금은 엉뚱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아이들에겐 자기의 생각을 정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힘이 있어요. 


Q. 작년에 진행한 <만만한 원도심> 사진프로그램에 이어 올해도 함께하시는데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무엇을 느끼셨나요?

첫 번째는 다른 지역에 없는 형태의 사업이거든요. 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협력센터와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협업을 하는 건데, 절충점을 찾고 잘 할 수 있는 내용들을 서로 보완해서 만든 게 가장 인상적이었고 그런 부분에서는 선행 사례가 되고 다른 기관에서도 배워야 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두 번째는 요즘에 노키즈존이 있는데, 원도심에서는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걸 너무 반가워하고 좋아해요. 이곳에선 아이들을 환대하고, 이 안에서 어른과 아이가 연대도 가능한 거잖아요. 반기지 않는 사람을 누가 어떻게 연대 할 수 있겠어요?  

세 번째는 제주에 사는 아이들만의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저번에 아이가 산을 그렸는데, 보통은 산을 뾰족하게 그리잖아요. 근데 선을 유선으로 둥글게 그리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한라산이고 이게 오름이라는 거잖아요. 그 자연을 보고 이런 바다를 보고 크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진짜 다양하고 매력적이에요. 


지층을 쌓듯, 차곡차곡 오늘을 기록하고 싶다는 장근범 작가.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갈 원도심은 하하호호 웃음이 가득해지지 않을까?

 정다현 / 사진 김준수

 

'만만한 원도심'에 초대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협력센터와 제주도시재생지원센터가 2023년에 이어 올해도 함께 협력하여 ‘만만한 원도심’을 진행합니다. 아이, 어른 누구나 즐거운 추억을 쌓는 ‘만만한 원도심’ 행사는 5월부터 9월까지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진행되며, 다가오는 7월 13일에도 진행됩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사진 프로그램과 놀이 프로그램이 펼쳐집니다. 각 프로그램은 제주특별자치도 소통협력센터 홈페이지에서 매달 행사 2주 전부터 신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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